탑건 1편 (Top gun 1986)
줄거리
인도양에 배치된 미국 항공모함에서 발진한 F-14 두 대는 초계비행 중 최신형 러시아 전투기인 MIG-28과 조우합니다. 상부에서는 자칫 실전이 벌어져 사태가 확전 되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에 절대로 먼저 발포하지 말 것을 명령했고 이렇게 서로 예의주시하며 신경전을 벌이던 중 미그기가 쿠거 대위가 모는 F-14에 레이더 락온을 걸어 지속적으로 위협하자 쿠거는 공포에 질려 공황발작을 일으킵니다. 하지만 미첼 대위가 모는 F-14가 과감한 기동으로 미그를 견제비행하여 유혈사태 없이 이들을 쫓아버립니다. 쿠거는 항공전대에서 최고의 파일럿이었지만 이 사건으로 전투기 파일럿이라는 업무에 부담감을 느껴 예편을 선택하고 미첼 대위와 그의 파트너인 후방관제사 브래드쇼 중위는 쿠거를 대신해 캘리포니아 미라마 해군기지에 있는 탑건 스쿨에 입학합니다. 이곳에서 미첼과 브래드쇼는 그들과 마찬가지로 각 항모 전단에서 선발된 미해군 최고의 파일럿들과 함께 공중전 훈련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됩니다. 탑건은 완전히 허구의 작품은 아닙니다. 1996년까지 미 해군 타격 전투기 전술 교관 프로그램이 있던 샌디에이고 미라마에 있는 미 해군 항공대 기지의 일상적인 삶을 상세히 다룬 캘리포니아 매거진의 기사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비하인드 스토리
냉전이 한창이던 시절 소련의 지원을 받는 인도향의 모 국가와 교전을 벌여 이긴다는 줄거리의 액션영화로 평은 그저그랬으나 흥행은 엄청났습니다. 미 해군의 전폭적인 협조와 지원을 받아 찍었기에 특수효과나 촬영이 아닌 실제 F-14들이 러닝타임 내내 화면을 지배합니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의 최대 의의는 베트남전 이후로 최초로 할리우드가 미군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제작한 영화라는 것입니다. 다들 알다시피 베트남 전쟁은 미군의 참담한 실패로 끝났으며 세계 제일의 초강대국이자 민주주의의 수호자라는 미국인들의 자부심 애국심에도 큰 상처를 남겼습니다. 베트남 전쟁 이후 대중문화에서 묘사된 미군은 플래툰 지옥의 묵시록처럼 무능하고 부패하며 위험천만한 존재였습니다. 또한 람보처럼 전후사회로 복귀했더니 멸시받고 소외당하는 암울한 현실을 묘사한 작품들도 나왔습니다. 당연히 미군은 이런 영화들에 제작지원을 거부했으며 지옥의 묵시록 제작진과 플래툰 제작진은 동남아에서 촬영하면서 필리핀군의 협조를 받아야 했습니다. 굳이 베트남 전쟁을 다루지 않더라도 심각한 경제위기와 전 세계적인 반미 열풍 속에서 할리우드에서 묘사하는 미국은 초강대국의 위엄찬 모습이 아니라 갈 곳을 잃고 휘청거리는 상처투성이의 존재였습니다. 한편 파라마운트 픽처스는 실제로 미군에게 상당한 비용을 지불했습니다.
평가
스토리 자체는 평이한 영화입니다. 하지만 초음속 전투기 오토바이라는 남자의 로망을 자극하는 물건들을 타고 공중전을 펼친다는 끝내주는 액션과 끝내주는 음악 감각적인 영상미와 배우들의 훌륭한 비주얼 등 스토리 외적의 장비빨로 엄청난 대박을 터뜨리며 1980년대를 상징하는 할리우드 영화중 하나가 됐습니다. 다만 탑건을 진지하게 리뷰한 거의 모든 평론가가 이 영화의 프로파간다성을 지적하는데 그중에는 워싱턴 포스트 같은 미국의 권위지도 있습니다. 워싱턴 포스트의 25년 후 후일담 이런 평론가들의 비판을 접한 감독 토니스콧조차도 재미만을 위해 보라고 언급했을 정도입니다. 전쟁영화 전문가 자니리코가 리뷰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노골적으로 정치적 메시지를 던지는 선동 영화는 아니지만 미 해군 항공대의 이미지 개선이라는 목적에 충실히 복무하는 홍보 영화라는 사실은 구태여 눈여겨 들여다보지 않아도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톰 크루즈 역시 이 작품을 즐거운 놀이기구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진지한 평론가의 분석을 보지 않더라도 애당초 미 해군이 이 영화에 적극 지원해 준 것을 보면 이 영화의 메시지가 관객들에게 어떻게 읽힐지는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한편 성공한 할리우드 영화의 요소란 요소는 다 담았습니다. 대규모 제작비 남녀 간의 로맨스 여심을 사로잡는 잘생긴 남자 마초 주인공입니다.